24
1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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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부터 태블릿까지

넷북부터였을 것이다. 와이파이가 아니라 무료 네스팟으로 연결하던 시절, 이동하면서 글을 쓰고 PDF 문서를 읽고 문서 프로그램이나 그래픽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꿈의 포터블 머신”을 바랐던 게. 워드프로세서와 익스플로러만 같이 띄워도 버벅이던 1세대 아톰atom 프로세서의 넷북을 쓰던 시절부터 core M 프로세서의 태블릿을 쓰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 많이도 기기를 바꾸고 바꿨더랬다. 그동안 여러 대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거쳤고, 노키아 심비안부터 통합된 윈도10까지 쓰는 동안 수많은 OS가 나오고 사라졌으며, 와이브로 내장형 스마트폰(htc)과 넷북(acer)을 쓰던 시절을 거쳐 아직까지도 Pocket-Fi와 태블릿을 들고 다닌다. 그동안 어도비는 CS2부터 CC까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며 그에 더불어 용량과 사양도 엄청나게 잡아먹기 시작했고, 문서 프로그램과 포토샵의 권장사양 간극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core M 프로세서가 나왔다.

1세대 아톰부터 베이트레일까지 써왔던 내게, core M 프로세서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이렇게 효율적인 2 in 1 전용 프로세서가 나오다니! 드디어 ‘꿈의 포터블 머신”이 눈앞에 보이는가? 그리고 가격을 본 순간… 내가 집에 놓고 쓰던 붙박이 i-7 노트북의 2배 이상인 것을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 저 돈 주고 살 순 없지.
기다렸다. 중고가 20만원대까지 떨어진 뒤에야 델 11 프로를 중고로 데려왔다. 슬림키보드와 스타일러스펜도 함께. 블루투스 마우스는 이전에 쓰던 것을 쓰기로 했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구석에 처박았다. 안녕, 키렉은 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ore M 프로세서는 그토록 기다려왔던 “꿈의 포터블 머신”을 위한 전용 프로세서가 맞다. 두근대며 어도비 CC를 설치하고 구동한 결과, 인텔이 그동안 욕을 먹어가며 GPU 성능 향상에 올인한 게 헛일은 아니었다고 느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더불어서 배터리 시간도 생각보다는 준수하다. 그리고 저전력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터리 시간도 하루쯤 버틸 만하고 충전기도 휴대성이 좋다. 여러 차례 이동하면서 하루 이상 작업할 일이 있다면 어차피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는 필수다. 충전기의 휴대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하루 대여섯 시간 정도 밖에서 작업할 때도 배터리가 잘 버텨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2 in 1이라고 할 수 있다.
슬림 키보드는 일장일단이 있다. 일단 얇고 가벼우며 커버의 역할까지 대신한다는 점에서 좋다. 커버로서 안정적으로 화면을 보호해주고 감촉도 좋다. 이 정도로 휴대성 좋으면서 크기가 널찍한 키보드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각도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스탠드 역할까지 한다. 단점은 장시간 타이핑하기엔 피곤하고 키캡이 극도로 낮아서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눌려 가끔 오타가 난다는 점이다. 그 외엔 딱히 불만은 없다.(물론 이건 내가 전자사전부터 블랙베리까지 다종다양한 키열과 키감의 키보드를 쓰는 데 익숙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발열이 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CPU가 팬리스 설계를 염두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소음 걱정 없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스타일러스펜. 이제 간단한 노트 필기는 원노트를 열어 타이핑하면서 스타일러스펜으로 그림을 그려 넣거나, 태블릿 카메라로 칠판을 찍어서 펜으로 추가 설명을 적어 넣는 것 등이 가능하다. Lenovo yoga tablet anypen이나 Asus Vivotab Pro 같은 아톰 프로세서 기반 8인치 태블릿에서 펜을 쓰는 것과는 쾌적함의 수준이 다르다.

나처럼 문서 프로그램(한글2014+오피스)과 간단한 어도비 프로그램 수정 작업, 웹서핑, 동영상 감상 정도의 목적으로 휴대 가능하면서도 생산성 있는 윈도 태블릿을 원한다면 core M 프로세서가 달린 2 in 1 태블릿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윈도 태블릿의 끝판왕이라는 서피스4나 슬림 키보드와 충전기 포함해도 1kg 미만인 델 11 프로가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성능 욕심을 낸다면 곧 스로틀링의 압박이 찾아올 것이다. 게임을 돌린다거나, 본격적인 그래픽 작업을 한다거나, 이런 일들은 자신의 인생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뿐이다. 머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야 말겠다는 뉴타입이나 사이버포뮬러 레이서가 아니라면 태블릿으로 롤 풀옵을 돌리거나 캐드를 깔아 밤새 돌리겠다는 야심을 자제하도록 하자. 태블릿은 어디까지나 보조도구다. 집에서 본격적인 작업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사도록 하자. 하지만 당신이 겜알못이고 아이패드에 어도비나 오피스만 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라이트 유저라면, 이제는 사라질 맥에어 대신 윈도 태블릿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돈이 많다면 서피스4, 저렴한 가격에서 찾는다면 델 11 프로가 좋다.

 

ps.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아톰은 아무리 발전해도 아톰이다. n550부터 z3795까지 써봤지만 결국 용량 큰 문서 파일이나 어도비 프로그램 돌리려면 더 높은 사양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가성비나 휴대성 생각해서 8인치 태블릿을 종류별로 서너 개 사봤지만, 결국 휴대성에서는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밀리고 성능은 어중간해서 10~11인치 윈도 태블릿에 밀린다. 게다가 화면이 10인치 미만이면 생각보다 문서 작업 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다. 물론 처음에는 400g 미만의 8인치 태블릿은 가볍게 들고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으니 활용성이 더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동하면서 잠깐 파일 확인하는 용도라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괜히 8인치 태블릿 고집하지 말고 10인치 태블릿을 써보자. 작업 효율이 달라진다.

201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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