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12월
2012
0

404 – 404

404의 이번 앨범은 온통 공격과 절박만이 기능하는 코딩이다. 허나 소리의 강도와 속도는 과하지도 급하지도 않다. 진폭은 광폭하게, 또 냉정하게 패배어린 춤을 춘다. 기타와 드럼만으로 짜올린 음들이 베이스와 키보드를 욕구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거세했다. 그 와중에 음반의 모든 곡은 스스럼없는 의외의 변곡점들이 제 꼬리를 물고 늘어선 형국이다. 그렇게 둘만이 쌓은 곡의 형태는 청자를 불안과 불편의 황홀로 이끈다. 부러 의표를 찌르려는 과욕도 없고, 야심 없는 맨살을 드러내며 느슨한 반복과 지연이 등장할 틈을 주지도 않는다. 포스트록, 사이키델릭, 네오포크 등의 장르 이름들이 태그 클라우드처럼 떠다니지만 외국 이름표를 붙이기에는 보컬이 심상찮다. 가끔씩 곡의 중심을 꿰차고 도는 트로트가 뒤채는 키치나 힙으로 소비되지 않는 것이다. 긴장이 꿈틀대는 그루브가 날선 기타와 단단한 드럼의 기류와 섞이고, 변질된 낭만의 광기가 공기를 순식간에 지배한다. 얼핏 정차식의 『격동하는 현재사』(2012)가 떠오르지만, 그보다 더 무섭고 기이하다. 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노련하게 휘감아 올린다. 이 음반은, 공허와 공포가 공저한 부정의 레퍼토리다.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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