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12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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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 보물섬

1집 『9와 숫자들』(2009) 이 그들의 음악 토양에서 자연 발아한 나무 위에 장르적 가능성의 ‘가지’를 펼쳐낸 결과물이었다면, EP 『유예』(2012)는 그들 자신의 음악적/감성적 ‘줄기’에 천착한 음악이었다. 그리고 2집 『보물섬』에 이르러, 이들은 ‘뿌리root’를 재발견한다.

나는 ‘근의 공식’이었던 2집 제목이 『보물섬』으로 바뀐 이유를, 첫곡 「보물섬」의 가사에서 발견했다. “어디를 봐도 / 그댈 향해 있지 않은 곳은 없었고”, “우리를 가르던 헛된 금을 넘어서”. 뿌리는 겉으로 드러나면 햇빛에 말라 풍부한 양분을 잃는다. 넓고 깊게 잠겨 있을수록, 그리하여 줄기에 늘 새로운 생명력을 끊임없이 건넬수록, 음악 또한 장르라는 헛된 금line을 넘어 진짜 금gold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하나의 장르, 하나의 감정이라는 뿌리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익혔다. 거대한 감정의 덩어리들과 분절적인 장르들(뿌리)이, 겹겹이 두껍게 쌓은 가사의 메시지(줄기)에 풍부한 양분을 공급하게 하고, 편곡 요소(가지)들을 더 촘촘하게 짜올리며 무르익을 때까지 많은 시도가 있었으리라. (선공개된 「높은 마음」과 2집에 실린 「높은 마음」의 편곡만 비교해도 그 지난한 과정이 그려진다) 그렇게, 2집이라는 보물섬을 발견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지금도 음악인들 대부분은 가요가 아니라 팝과 복고음악이라는 헛된 금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보물섬』을 들으면서 특정 시대와 수많은 장르 이름(로큰롤/브릿팝/챔버팝/사이키델릭/노이즈록/슈게이징/펑크/포스트록)과 국내외 밴드들의 레퍼런스를 떠올리지 않았던 것은, 이들이 뿌리를 들춰 보이며 얄팍하게 깊이를 내세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깊이에의 강박도, 팝에 대한 동경도, 복고적 욕심도 없다. 개인적 내밀함에서 출발하였으나, 다다른 보물섬은 ‘높은 마음’이었다.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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