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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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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이 영화는 공포영화다. 연출이나 장면으로 분류한 게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 자체가 공포스러웠다는 말이다. 영화는 아로노프스키 영화 치고도 굉장히 뻔한 얘기에 뻔한 연출이었는데, 그 전형적 상황에 이입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특히나 한국적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지만, 영화가 ‘좋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다, 라고 대답하겠다. 누가 그 감독 과대평가 아니냐고 그러면 ‘그럴지도…’ 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사실 아로노프스키는 한 번도 ‘작가주의’ 감독이라 할 만한 뭔가를 보여준 적이 없다. 전형을 굉장히 잘 쓰는 감독이고, 좋게 말하면 기본기를 충실하게 잘 쓰는 거지만, 나쁘게 보면 모험심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테크닉 탄탄한 배우들을 잘 써먹는 데서 그만의 장점을 보여주지만, 그외에 영화적 연출의 묘미나 과감하고 도전적인 비주얼은 보여주지 않는다.

늘, 굉장히 열심히, 번듯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다음은? 그는 좋은 상업영화 감독이다. 아마 그가 블록버스터 영화나 히어로 영화를 찍어도 잘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만약 그가 배트맨 프로젝트 같은 걸 맡았어도 난 놀란에 뒤지지 않는 걸작을 만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놀라움이나, 작가적 역량이나, 철학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그 점에서 놀란과 비슷한지도) ‘훌륭한’ 감독에게서 기대하는 무언가가, 내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결여되어버린다. 영화는 늘 깔끔한 모양새로 끝을 맺지만, 의심스럽다. 언제까지나 ‘이야기’ 자체의 힘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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