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4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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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꺼리는 시대

창작자와 비평가가 부딪히며 마음 상할 만한 일이 생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만약 단 한번도 그럴 일이 없었다면, 결국 비평가는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나쁜 점의 언급은 피하면서 창작자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평가를 창작자와 대중은 환영한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는 일을 하는 다른 비평가와 달리 이런 비평가들은 옥을 두고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싫은 소리를 하기 꺼리고 피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 하지 않고 외면하는 사이에, 다른 비평가들이 그 싫은 소리를 한다.

창작자는 좋은 말만 하는 비평가를 좋아하지만, 사실은 그 비평가가 하지 않고 피한 일을, 싫은 소리 하는 다른 비평가들이 떠맡아서 했을 뿐이다. 누군들 싫은 소리 하길 원하겠는가. 좋은 소리만 하면 얼마든지 창작자와 대중에게 비평가로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비평가들로 넘쳐난다면 비평은 아무 힘도 변별력도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좋은 소리만 하는 비평가는 싫은 소리 하는 비평가들이 있기에 ‘변별력’이라는 비평가의 무기를 거저 얻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옥석을 가리고 나쁜 작품의 기준을 다르게 세워가는 작업을 ‘아웃소싱’함으로써 대중 평론가로 별 트러블 없이 행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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