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12월
2017
0

팎 – 살풀이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는 사실 없다. 상대적으로 안쪽에 있느냐 바깥쪽에 있느냐가 있을 뿐, 안은 밖이 있기에 존재하고 밖도 안이 있기에 존재한다. ‘안팎’에서 따왔다는 팎의 음악을 이야기하려면, 우리 안팎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지 생각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지난 날의 슬픔과 분노가 밖에서 기원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 더 많았다. 표출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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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월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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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오늘도 불쾌합니까

기분 나쁜 하루를 상상해보자면, 이렇다.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장마철, 후텁지근한 공기가 팔다리에 쩍 들러붙어 떨쳐낼 수 없다. 이웃이 아무렇게나 내놓은 쓰레기 냄새가 뻔뻔하게 창문을 넘어 방을 차지하고 무슨 짓을 해도 나가질 않는다. 썩은 내를 내뿜는 싱크대 뒤로 다리 많은 벌레가 슬몃슬몃 보이는 듯하지만 잡을 수 없다. 파리와 모기는 방심할 때마다 무방비 상태였던 음식과 피부를 물어뜯고는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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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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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부터 태블릿까지

넷북부터였을 것이다. 와이파이가 아니라 무료 네스팟으로 연결하던 시절, 이동하면서 글을 쓰고 PDF 문서를 읽고 문서 프로그램이나 그래픽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꿈의 포터블 머신”을 바랐던 게. 워드프로세서와 익스플로러만 같이 띄워도 버벅이던 1세대 아톰atom 프로세서의 넷북을 쓰던 시절부터 core M 프로세서의 태블릿을 쓰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 많이도 기기를 바꾸고 바꿨더랬다. 그동안 여러 대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거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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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월
2015
1

메써드- Abstract

때로는, 본질적이지 않은 차이가 본질적인 변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의도와 비-의도가 만나 제3의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상수(Constant)에 변수가 들어섰을 때, 방정식은 완전히 다른 궤도의 함수를 드러내곤 한다. 메써드의 정규 4집 음반 『Abstract』는, 뜻과 뜻-밖이 만나 한국 헤비니스 음악의 역사적 정수(abstract)이자 요약(abstract)을 도출해낸 작품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메탈’이 어디서 어떻게 들어와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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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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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맥심 화보의 윤리

영화에서 여성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과, 문제의 맥심 화보에서 가해자를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에서는 피해의 공포와 가해자의 행동이 불러오는 불쾌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맥심 화보에는 그걸 의도적으로 ‘편집’해서 ‘삭제’했다. 가해자의 ‘카리스마’에만 포커싱하면서 피해자를 익명화, 대상화하고 살해한 다음에 물건처럼 다루며, 거기에다가 농담이랍시고 엉덩이에 손을 뻗치는 사진을 넣고서 “이번 컨셉은 강간범이 아닙니다” 따위의 캡션을 넣는 저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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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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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 Hawwah

컨셉 음반, 가사, 현대무용, 주체성, 여성. 가인의 『Hawwah』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단어들이다. 나는 여기서부터 어그러짐을 느꼈다. 그리고 이 단어들을 깨트리자고 생각했다. 위의 단어들은 누구의 것일까. 평론가들? 아니다. 평론가들의 담론을 선취한, 소속사 홍보팀에게서 흘러나온 단어들이다. 평론가의 단어인 체하는 홍보 단어들이다. 보도자료에 실리는 ‘(라이너 노트도, 작업 후기도 아닌) 앨범 리뷰’ 같은, 황당한 말잔치다. 이러한 단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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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2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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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와 숫자들 – 보물섬

1집 『9와 숫자들』(2009) 이 그들의 음악 토양에서 자연 발아한 나무 위에 장르적 가능성의 ‘가지’를 펼쳐낸 결과물이었다면, EP 『유예』(2012)는 그들 자신의 음악적/감성적 ‘줄기’에 천착한 음악이었다. 그리고 2집 『보물섬』에 이르러, 이들은 ‘뿌리root’를 재발견한다. 나는 ‘근의 공식’이었던 2집 제목이 『보물섬』으로 바뀐 이유를, 첫곡 「보물섬」의 가사에서 발견했다. “어디를 봐도 / 그댈 향해 있지 않은 곳은 없었고”, “우리를 가르던 헛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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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1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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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 Lazenca : A Space Rock Opera

1997년은 여러 모로 분수령의 시기였다. 문호 개방은 이전에 비해 질적/양적으로 달라졌고, 창작자만이 아니라 대중도 유입된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또는 몇 명)이 만든 ‘콘셉트’로 한국 사회를 놀라게 할 수 있는 문화적 충격의 시대가 끝났다는 점이다. 대중은 서서히 문화 그 자체, 또는 감성 그 자체가 뿜어낼 수 있는 힘보다, 역사적/경제적/기술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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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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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꺼리는 시대

창작자와 비평가가 부딪히며 마음 상할 만한 일이 생기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만약 단 한번도 그럴 일이 없었다면, 결국 비평가는 좋은 점만 이야기하고 나쁜 점의 언급은 피하면서 창작자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평가를 창작자와 대중은 환영한다. 하지만 옥석을 가리는 일을 하는 다른 비평가와 달리 이런 비평가들은 옥을 두고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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